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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사오보(劉曉波)와 중국의 인권



                                   전 대 열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옛날 왕조시대에는 인권이라는 개념이 아주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라에 따라서는 신으로까지 떠받들어졌던 임금이 세상만사를 혼자서 주물럭거리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 것은 1인 지배체제였기 때문이다. 임금의 위에는 아무도 없다는 말은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을 살피고 당시의 기록물들을 보면 임금의 독단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신하들의 항변과 충언이 잇따랐다. 사리에 어긋나는 결정은 조정회의를 통하여 반드시 걸러졌다. 이럴 경우 임금의 고뇌는 시작된다. 천상천하에 아무리 둘러봐도 내 위에는 아무도 없는데 하찮은 신하들이 제동을 걸면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고 회의를 파하고 들어가 버리기도 한다. 극히 예외적이긴 하지만 연산군 같은 폭군은 왕의 말에 이의를 달거나 항변하는 자는 수하를 막론하고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임금들은 1인 치하에 독단적 권력을 행사하면서도 제도적으로 신하들의 충언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합리적인 정부시책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상하가 오순도순 상의하는 체제가 정립되었던 왕조는 큰 업적을 남기며 백성들의 환호와 지지를 받아왔다. 우리나라의 역사 속에서 조선왕조만을 떼어놓고 본다면 상당수의 임금이 무능하거나 독재적이었지만 훌륭한 신하들의 조언을 받아드리는 넉넉한 마음으로 정사를 다룬 덕분에 그나마도 500년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를 끝맺음한 고종과 순종 역시 겉으로는 용열했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애국소신은 분명했던 사람이다. 고종은 일본의 간섭에 맞서 아관파천을 단행하는 경천동지의 결정을 실행에 옮겼고, 단발령으로 구시대를 상징하는 상투를 잘라버렸다.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평화회의에 일본 몰래 이준 등 밀사를 파견한 것도 탁월한 외교적 결단이었다. 그러나 이미 기울어진 국력으로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의 큰 물결을 막아낼 수 없었고, 게다가 일찍이 서양문명을 받아드린 일본의 정한론(征韓論) 앞에 속수무책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목숨을 내건 충신들보다 자신의 이익만 보장받으면 된다는 매국역적 간신들이 일본에 붙어 나라를 팔아먹는 치욕을 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곤궁한 역사의 흐름 앞에 36년 동안 일제의 강압통치를 받았으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한민족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념(理念)의 노예가 되어 좌우로 갈라서며 남북분단의 비극을 맛보게 된다. 소련과 중국의 앞잡이로 전락한 북한 김일성집단은 김정일 김정은으로 3대 세습까지 감행하면서 옛 왕조는 옆자리에 끼어 앉지도 못할 만큼 역사상 최고 최악의 독재자가 되었다. 

그들에게는 박수만 건성으로 처도 죽임을 당하고, 말씀 중 졸기만 해도 숙청되었으며 북한인민을 굶주림에 몰아넣으면서도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여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에서 인권을 얘기하는 것은 사치다. 당장 먹을 것도 없는 처지에 정치범 수용소인 아오지탄광 얘기는 북한의 권력자들을 웃기는 조롱감이 될 것이다. 이와 똑같은 현상이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모택동시대의 문화대혁명 운동으로 피폐해진 중국을 살려낸 것은 등소평이다. 그는 혹독한 시련을 겪은 피해자이면서도 모택동 격하운동을 벌이지 않고 오히려 그를 높이 평가하는 한편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버리고 과감하게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도입한다. 한국도 똑같은 처지를 겪었지만 30년 전만해도 거지신세를 면하지 못했던 중국인들이 이제는 세계를 누비며 쇼핑에만 열중하는 요커가 되었고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로 훌쩍 커버렸다. 경제는 시장경제를 구가하면서 정치는 가장 가혹한 공산독재를 시행한다. 사회는 공안(경찰)들의 세상이다. 한국의 경찰력은 길바닥에 날아다니는 휴지처럼 천덕꾸러기가 되었지만 중국의 공권력은 공포의 대상이다. 일제의 강압시절 젖먹이 아기가 울면 “저기 순사 온다.” 하면 거짓말처럼 뚝 그쳤다. 지금 중국인들은 공안(公安)들을 보기만 해도 아무 죄도 없으면서 슬슬 피한다. 그 공안에 의해서 체포되었던 인권•반체제인사 류사오보가 며칠 전 감옥에서 나와 간암치료를 받다가 숨을 거뒀다. 미국의 대학생 웜비어가 북한관광 중 체포되어 구속되어 있었는데 원인불명으로 인사불성이 된 다음에야 미국으로 이송되었으나 끝내 회생하지 못한 게 엊그젠데 중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겼다. 류사오보는 작가이면서 변호사로서 인권운동을 하다가 여려 차례 투옥되는 고통을 겪었다. 그의 강인한 인권운동을 높이 평가한 노벨평화상위원회는 지난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했다. 물론 중국은 출국을 금했다. 그의 첫 번째 아내는 천안문 사건으로 남편이 구속되자 어린 아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나버렸으며 자금의 아내와는 수용소 구내식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류사(劉霞)다. 류사는 시인이며 화가로 류사오보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 류사의 활동을 저지시키기 위해서 공안은 가택 연금했다. 세계 각국에서 연금해제, 출국운동을 하지만 끄떡도 하지 않는다. 오직 펜 하나로 비폭력 민주화를 외치던 류사오보는 죽은 다음날 화장하고 가루는 바다에 뿌려졌다. 중국인들의 조직적인 추모행사는 못하게 되었지만 그가 뿌린 인권의 불꽃은 더욱 찬란하다. 세계가 그를 기리며 중국이 인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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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제안하고 시(市)가 반영한다…고양시 주민참여예산은 진화중
올해 시행 12년을 맞는 고양시(시장 이동환)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지역 민주주의 대표 사례로 자리매김하며 예산의 효용성과 체감도를 높여 시민과 함께 만드는 시정 운영을 실현하고 있다. 전문성이 강화된 주민참여예산위원회로 바꾸고 기존 분과별 심의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성, 투명성이 반영되도록 제안된 사업을 모든 분과가 나눠 검토하는 구조로 개편했다. 또한, 청소년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SNS 서포터즈를 운영해 젊은 세대의 시선으로 예산제도를 홍보하고 디지털 채널을 활용한 참여 유도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부터는 청소년·청년 예산학교를 1회에서 3회로 확대 운영해 청소년과 청년의 시정 참여 기반도 넓힐 예정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최근 3년간 주민 제안을 반영한 총 121개 사업에 약 59억 원을 투입했다. 주로 △시민편의 △보행환경 개선 △안전 △교통 등 생활밀착형 분야들로 행정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일상 속 겪는 실질적인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 특수성을 반영한 체감형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전문성 더한 제7기 주민참여예산위원회 활동…예산학교 운영 통해 내실 강화시는 주민이 예산 편성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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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 화도도서관, ‘2025 시니어 북스타트 시범사업’에 선정
남양주시(시장 주광덕)는 화도도서관이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주관 ‘2025 시니어 북스타트 시범사업’의 시행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고 23일 밝혔다. ‘시니어 북스타트’는 그림책을 매개로 한 인문학 활동을 통해 고령층의 정서적 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전국 단위 공모사업이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전국 15개 기관만이 선정됐으며, 경기도 내에서는 화도도서관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화도도서관은 이번 사업을 통해 55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그림책 낭독 △삶의 이야기 나누기 △세대 공감 인문학 워크숍 등 총 4차례의 그림책 기반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책꾸러미 및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물품 일부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으로부터 지원받으며, 프로그램에는 전문 강사도 함께 참여한다. 프로그램은 정서적 소외를 겪기 쉬운 시니어 세대에게 독서를 통한 심리적 위로와 사회적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며, 가족 간 소통을 촉진하고, 지역 내 세대 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도도서관은 지역사회 내 시니어 삶의 질 향상과 평생학습 지원이라는 취지 아래 이번 프로그램을 준비해 왔다. 2024년 기준 화도읍의 5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전체의 35%로, 전년 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