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노숙인 대상으로 용산가족공원에서 6주간 정원사교육 진행중
가을정원 만들기, 꽃 심고 나무 다듬기, 식물 이론교육까지
내년에도 지속적인 정원사교육 통해 재활의 단초를 지속제공
서울시는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6주간 정원사 교육과정을 용산구 이촌동 용산가족공원에서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향후 노숙인을 ‘서울로(서울역고가의 새이름)’의 정원관리인력 등으로 채용하기 전 단계이자, 노숙인 재활방식의 일환으로써 정원사의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이유다.
지난 9월 21일부터 시작된 노숙인정원사 교육과정은 10월말일까지 매일 오전 4시간씩 진행하고 있다.
기획은 서울시 조경과, 자활지원과 및 노숙인일자리지원센터가 함께했고, 현장에서는 정미나가드너(건국대 글로벌농업개발협력센터)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이 진행을 맡았다.
매일 아침 7시30분부터 오전 내내 현장을 누빈다.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미나 가드너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프린트 자료를 가져와 이론교육에도 매진한다. 작업 중에도 계속해서 꼭 알아야 할 내용이 있을 때는 큰 소리로 강조하며 반복해 이야기 한다.

12명으로 시작된 교육생은 2명이 중도에 탈락하고, 현재 10명이 교육수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남자 7명, 여자 3명이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연령대는 34세에서 62세로 다양하다.
노숙인 정원사교육 대상자는 8월말부터 염천교 서소문공원 인근에 위치한 서울시노숙인일자리지원센터를 통해 모집했다. 당초 20여명이 신청했고, 실습이 포함된 교육여건을 감안하여 총 12명의 참여자를 선발했다.
교육 첫 주와 둘째 주에는 용산가족공원에 심겨진 철지난 여름꽃을 정리했다. 시들거나 잎이 떨어진 꽃은 뽑아내고, 정리만 해도 일정 기간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꽃들은 전지가위와 꽃삽을 사용해 지속적으로 정돈했다.
셋째주부터 노숙인 정원사들은 직접 배양토와 비료를 섞고, 다양한 야생초화류를 활용해 키와 색과 형태에 맞춰 자기 힘으로 가을정원으로 만들었다. 한번 피고 버리는 꽃들보다는 여러해동안 잘 자라는 식물들을 각자 고민해서 만드는 과정이었다. 한번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날에는 문제점을 또 찾아내 더 심거나 보완하는 작업을 지속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3곳의 정원이 지난주 모두 완성되었다.
남은 일주일의 교육과정 동안 노숙인정원사들은 가을정원에 심은 식물들이 뿌리내림을 확인하는 한편, 공원 내 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서울역 7017 프로젝트에 대한 강의도 계획되어 있고, 마지막 날에는 간략하게나마 수료식도 개최할 예정이다.
서울로 7017이 완공되고 문을 열 내년 봄 전까지 겨울 동안에는 주 1회 정도라도 교육 가능한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실내에서 전문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교육을 진두지휘한 정미나 가드너는 “처음에는 수동적이던 노숙인분들이 3주차가 지나면서 많이 적극적으로 바뀌셨다”면서, “적극적인 몇몇 분들은 지금이라도 어디서든 근무가 가능할 정도로 열심이다”라고 말했다.
생명의숲국민운동 박광민활동가는 “일부 의욕 없으신 분도 계시고, 그냥 따라만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적극적인 분들은 아침 7시면 공원에 나오셔서 지난 교육내용을 공부하며 교육을 기다린다”면서 “열심히 참여하신 분들이 내년에 꼭 ‘서울로(서울역고가의 새이름)’에서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밝혔다.
현장교육을 받고 있는 김OO(53세)님은 “매일 자연속에서 배우고 실습하는 것이라 마음이 무척 편안했고, 동료들도 처음에는 서먹했으나 1주일 가량 지나면서부터 많이 밝아진 느낌이다”라며, “겨울을 지나야 하니 어떨지는 모르지만, 정원사도 좋고, 경비도 좋으니 몇 명이라도 함께 서울역고가에서 일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최광빈 푸른도시국장은 “정원사 뿐 아니라 청소, 경비는 물론 카페 운영 등 다양한 일거리가 만들어지는 ‘서울로(서울역고가의 새이름)’인만큼, 주변 노숙인분들의 재활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겠다”며, “내년에 고가를 운영하는 도중에도 주변 노숙인에 대한 재활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