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편찬원(원장 이상배)이 1960~80년대 서울 도시교통이 변화시킨 경관 변화를 다룬 『서울역사중점연구』 제19권 <서울 도시교통의 건설과 변화>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서울역사중점연구』시리즈는 서울의 역사 중 아직 개척되지 않았거나 취약한 분야의 연구를 위해 기획 발간하는 도서다. 2016년부터 새로운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신진 연구자를 지원하는 등, 서울 역사 연구의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번 연구서는 오늘날 서울의 모습을 만든 결정적 순간들을 조명한다. 지하철 2호선이 어떻게 서울을 강남까지 확장 시켰는지, 고가도로 건설이 도시 조직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설치가 반포 일대를 어떻게 변모시켰는지 등 시민들에게 친숙한 서울 내 교통시설의 숨겨진 역사를 깊이 들여다본다.
특히 1968년 ‘1.21사태’ 같은 안보 위기가 북악스카이웨이 건설과 평창동 개발로 이어지며 서울을 ‘요새화’했던 과정, 88서울올림픽이 올림픽대로와 목동 개발 등 대규모 도시 변화를 가져온 과정도 상세히 다뤘다.
이번 연구서 집필에 참여한 연세대 곽경상 교수를 비롯한 6명의 연구진은 국가기록원과 서울기록원의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 정부 문서, 기술보고서 등 방대한 자료를 통해 교통망 확장 과정에서 발생했던 사회적 갈등까지 생생하게 담아냈다.
▴<1960~70년대 서울 고가도로 건설과 도시조직 변화> (이길훈,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1970~80년대 초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의 설치와 반포 도시경관의 변화> (박경렬, 성균관대 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지하철 2호선 건설과 서울의 공간 확장>(곽경상,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88서울올림픽이 서울 도시교통과 경관에 미친 사례> (이준희, 연세대 글로벌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 ▴<강동지역의 도시개발사업과 천호대로 및 천호대교 계획>(김태윤, 서울대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 ▴<1968년 ‘안보위기’와 서울의 도시경관 변화>(예대열, 순천대 인문학술원 학술연구교수)의 내용이 순차적으로 담겼다.
『서울역사중점연구』19권은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history.seoul.go.kr)에서 전자책으로 열람 가능하며, 서울시 공공도서관에서도 읽을 수 있다. 구매를 원하는 시민은 서울시 간행물 판매처인 서울책방(store.seoul.go.kr)에서 1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이번 연구서는 지하철, 고가도로 등 서울의 ‘도시적 특성’을 만들어 낸 여러 과정을 다루고 있는 만큼, 도시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서울역사중점연구를 통해 그동안 조명되지 않았던 서울 역사의 다양한 면모를 발굴해 나가는데 힘쓰겠다. 많은 연구자와 시민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서울역사중점연구 제19권 상세 내용
□ 이길훈(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은 〈1주제∥1960~1970년대 서울 고가도로 건설과 도시조직 변화〉를 연구했다.
○ 1960년대는 산업화와 경제개발은 서울의 급격한 인구 팽창을 초래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서울의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고가도로는 교통 문제 해결과 도시 확장을 위한 핵심 과제로 추진되었다. 서울의 고가도로는 원래 동서축 연결 계획에서 출발했으나, 심의를 거치며 강남 개발을 위한 남북축 도로망으로 변경되었다. 창신동-숭인동, 관철동-종로5가의 고가도로 건설 구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서울 경관의 구조적 변화를 분석했으며, 도시조직과 교통망 형성에 미친 영향을 검토했다.
□ 박경렬(성균관대 사학과 박사과정 수료)은 〈2주제∥1970~1980년대 초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의 설치와 반포 도시경관의 변화〉를 연구했다.
○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 개통 이후 고속도로 중심의 교통체계가 구축되면서 고속버스터미널 건설이 필수 과제로 대두되었다. 서울시와 정부, 고속버스업체 간 터미널 위치를 둘러싼 갈등과 협력 속에서 계획은 여러 차례 수정되었으며, 민간 기업들은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강북에서 강남으로 터미널 위치 변경에 참여했다. 터미널 건설을 계기로 강남의 반포지구는 서울의 새로운 부도심으로 급성장했다. 고속버스터미널은 도시공간 재편과 교통 흐름의 중심이 되었으며, 반포 지역의 도시경관과 기능적 변화를 촉진했다.
□ 곽경상(연세대 국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은 〈3주제∥지하철 2호선 건설과 서울의 공간 확장〉을 연구했다.
○ 지하철 2호선(순환선)은 1960년대 중반 인구팽창과 도시화 문제 해소를 위해 모색되었다. 초기 지하철 2호선은 강북 도심권 중심의 동-서축으로 계획되었으나, 1970년대 강남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최종적으로 강남을 포함한 순환선 노선이 채택되었다. 지하철 2호선 건설은 서울 도심의 강남 확장, 지하철역 주변 역세권 개발과 버스 노선망 연계 활성화로 인한 대중교통 체계 재편 등 영향을 끼쳤다. 또한 연구에서 조명한 지하철 노선 수정과 여러 논의는 도시 성장 전략과 교통 인프라 확충이 어떻게 맞물려 발전하는지를 보여준다.
□ 이준희(연세대 글로벌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는 〈4주제∥상88서울올림픽이 서울 도시교통과 경관에 미친 사례〉를 연구했다.
○ 88서울올림픽 개최는 2차 한강종합개발사업 추진에 영향을 주었다. 한강변 하천을 다목적으로 개발하여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하고자 했으며, 한강 개발은 새로운 서울의 경관을 형성했다. 한편, 이 과정에서 신시가지 개발도 추진되었다. 목동신시가지 개발은 선형(線形) 도시 구조가 특징적인 영국 ‘후크(HOOK)신도시’를 모델로 했다. 북쪽 목동교에서부터 남단 신정2교까지 안양천을 우측에 두며 남북으로 연결되는 선형중심지구를 두고, 상업시설과 복합시설이 도시 면적의 51% 이상으로 구상한 상업적 도시 모델이었다. 이 계획은 다양한 목적의 시설이 서로 공존하는 ‘도시 속의 도시(New town in town)’의 의도를 담은 뉴타운 건설이었다.
□ 김태윤(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5주제∥강동지역의 도시개발사업과 천호대로 및 천호대교 계획〉을 연구했다.
○ 1970년대 서울 동남부 지역 개발은 천호지구가 시초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1974년 천호지구가 부도심 계획지구로 지정되면서 시영아파트 건설이 본격화되었다. 강동지역 개발과정에서 천호대교 건설과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성장 촉진의 주요 동력이 되었음을 강조한다. 흥미로운 점은 강남 지역 내에서도 영동지구와 강동의 천호·암사지구가 매우 다른 성장 패턴을 보였다는 것이다. 영동지구는 토지구획사업 규모가 크고, 세금 혜택, 명문학교 이전 등 여러 성장 요인이 결합돼 신도시로 발전한 반면, 강동지역은 개발제한구역 지정과 같은 규제 요인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성장을 보였다. 천호․암사지구에 시영아파트 건설 등이 추진되었지만, 도심지와 연결성의 미비로 개발의 한계를 가졌다. 동일한 강남권 내에서도 지역별 개발 정책과 여건 차이가 도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드러냈다.
□ 예대열(순천대 인문학술원 학술연구교수)은 〈6주제∥1968년 ‘안보위기’와 서울의 도시경관 변화〉를 연구했다.
○ 1968년 ‘1·21 사태’와 ‘푸에블로호 사건’ 등 북한 도발 이후 서울은 ‘요새화’를 추진했다. 북악스카이웨이 건설과 평창동 개발 등은 북한 게릴라 침입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추가 계획으로 ‘울진·삼척 무장 공비 사건’ 이후 대피소 설치 논의도 있었지만, 예산 문제로 남산터널 계획으로 축소되었다. 안보 위기 속 수도 이전 논의도 진행되었는데, 북한 장사정포 위협을 피해 서울 인근에 ‘제2의 수도’를 마련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그러나 1977년 행정수도 백지화와 함께 이 계획은 중단되었다. 이 연구는 냉전 시대 서울 도시 경관 변화가 단순한 도시개발이 아닌 안보 위기 상황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밝히며, 도시 계획과 안보 정책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서울역사중점연구 제19권 표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