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서울의료원 '헬스케어 메이커톤'(5.21~22) 시민 아이디어 현장에서 제작
진료 두려움 없애주는 VR기기, 손소독해야 열리는 병실문, 소음제거 베개 등
SBA 사업성 검토 후 제작비‧입주 지원, 의료현장 적용 추진 등 투자유치 및 홍보
무박2일 아이디어 기획~실제 시제품 제작… 10대청소년, 대학생, 의사 등 70명 14개 팀
통상 아이들에게 병원은 주사를 맞는 무서운 곳이다. 오랫동안 입원해있는 어린이 환자들은 친구가 없어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지난 달 열린 「헬스케어 메이커톤」에 참가한 '아프지망고' 팀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두려움을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한 끝에 인형 수액기와 가상현실(VR) 기기를 개발, 제작했다.
인형 수액기는 인형 안에 수액기를 넣어서 아이들이 안고잘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이다. 보통 수액기는 높은 곳에 걸어두고 수액을 떨어트리는 방식인데 반해 이 제품은 낮은 곳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펌핑 기술을 적용해 역류를 방지했다.
VR기기는 가상현실 영상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볼 수 있는 기기다. 아이들이 기기를 쓰고 캐릭터와 즐겁게 대화하는 사이 진찰이나 주사 같은 진료를 할 수 있다.
인형 수액기와 VR기기는 지난 달 21일(토)~22일(일) 무박2일 동안 진행된 서울시의 「헬스케어 메이커톤(Make-A-Thon)」에서 대상(상금 300만 원)을 차지한 시민 아이디어다.
메이커톤은 메이킹(Ma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정해진 시간 동안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간단한 시제품으로 구현하는 경진대회다. 최근 3D프린터 등 제작 기술이 고도화되고 세계적으로 제조업 혁신 바람이 불면서 일반 대중의 제작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메이커톤에 대한 관심도 증가 추세다.
이날 「헬스케어 메이커톤」 현장에서는 총 15개 시제품이 탄생했다. 4:1의 경쟁을 뚫고 15살 학생부터 아버지뻘의 개발자, 대기업 직장인, 현직 의사와 간호사, 인기 앱 개발사의 기획자까지 직업도 연령도 다양한 시민 70명(14개 팀)이 참가해 만들어낸 결과다.
우수상(상금 각 100만 원)은 수액걸이의 속도를 잘 조절하지 못해서 주사바늘이 빠지거나 낙상사고가 나는 일을 방지하는 '속도조절 폴대'(IOI 팀)와 손세정기기와 문 열림 시스템을 연동해서 '손을 소독해야만 열리는 병실문'(쓰리팝 팀) 2개가 뽑혔다.
3등(상금 각 50만 원)은 병실 내 코고는 소리를 차단하는 소음제거 베개(HAXMAX 팀)와 다인실 병실에서도 일인실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프라이버시 커튼(Unigen 팀)이 각각 선정됐다.
이밖에도, ▴스마트 와치(watch)와 비콘을 이용해 환자 위치를 파악하는 앱 ▴스파이더맨처럼 팔찌에서 손세정제를 분사해 즉각 손 세정을 할 수 있는 팔찌형 손소독제 ▴허리나 복부에 부착된 센서를 이용해서 나쁜 자세를 했을 때 바로 안내해주는 자세교정 앱 등이 개발돼 첫 선을 보였다.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은 메이커톤 개최에서 그치지 않고, 이날 제작된 시제품을 서울시립병원, 임상의학연구소 등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제조‧투자회사와 연계하는 방안 마련에 나선다.
우선, 지난 3일(금) 서울산업진흥원(SBA)에서 사업성 평가를 실시, 사업 가능성을 분석한 뒤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2일(목)에는 메이커톤 참가자 및 심사위원이 함께 참여하는 네트워킹 파티도 개최했다.
시와 서울의료원은 SBA와 연계해 사업 가능성이 있는 시제품에 대해서는 제작비를 지원하거나 창업공간 입주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등 다양한 투자유치 및 홍보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의료원에서는 오는 10월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열리는 ‘2016 국제병원의료산업박람회’(K-Hospital Fair)에 부스를 설치하고 메이커톤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팀들이 시제품을 전시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한편, '헬스케어 메이커톤'은 의료와 IT, 디자인 등 서로 다른 영역의 융복합을 통해 공공병원의 서비스를 혁신하고, 전 세계적으로 급속성장 중인 헬스케어 분야를 발전시키고자 기획됐다.
참가자들은 서울의료원을 비롯한 13개 시립병원이 선정한 5대 서비스 혁신과제(▴스마트한 병실환경 조성 ▴수술 전 환자 및 보호자의 감정 치유 ▴어린이 친화병원 조성 ▴병원 내 손 씻기 활성화 ▴헬스케어와 관련된 자유주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주제로 3D프린터, 레이저커터기, 각종 센서 등 디지털 장비를 활용해 시제품을 만들어냈다.
김민기 서울의료원장은 “이번 헬스케어 메이커톤에서 수상작뿐만 아니라 사업 발전 가능성이 높은 아이디어가 실제 의료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지속 지원과 함께 서울의료원이 테스트베드 역할도 할 것”이라며 “앞으로 의료 현장을 혁신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인재를 발굴, 육성할 수 있도록 메이커톤 같은 행사를 지속 지원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조, 투자회사와 연계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달 22일 최종 발표회에 참석했던 박원순 시장은 “서울은 이미 기술과 자본, 그리고 인적자원이 훌륭해 메디컬,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해나갈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헬스케어 분야 메이커톤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서 여기서 나오는 좋은 아이디어들이 의료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홍릉에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의료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서울이 헬스케어 분야 세계 최고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