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세기를 거슬러
무슨 연유이기에
상처로 얼룩져 있나
혹독한 겨울 지나
이리 휘고 저리 뒤틀려
이 땅에 우뚝 솟아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차게 갈기어져 갔다
숨을 쉰다는 것이
생명의 끈을 이어 간다는 것이
죄가 될 수 있을까
애타게 기다리다
하나 둘
세파(世波)에 사라져 간
그 틈바귀에서
꿈을 꾼다
...
가까이 가면 달아날 것만 같고
만지려 하면
터져버릴 것 같은
봄기운 받아 갓 피어 오른
하얀 속살 드러낸
꽃잎 가장자리는
옅은 연 분홍빛으로 물들어가고
따사로운 봄 햇살은
위로하듯
여린 속살을 보듬는다
수줍은 듯
포개어진 꽃잎에는
사이사이 마다
은은한 향기가 솟아 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