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9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김삿갓 닮은 리승만 풍자시

                                                 전 대 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김삿갓은 세상을 떠돌며 본래의 이름은 감추고 오직 삿갓만 쓰고 다닌다고 해서 김입(金笠)으로 불렸던 조선후기의 시인이다. 그는 1807년에 태어나 1863년에 세상을 떴으나 그의 아들이 소문을 듣고 전남 화순에서 시신을 수습하여 강원도 영월 깊은 산골에 모셨다. 그가 집과 처자를 버리고 하늘을 볼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스스로 천형의 죄인 노릇을 한 것은 뛰어난 글재주 때문이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여 많은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때마침 그가 다섯 살 때 평안도에서 홍경래가 이끄는 농민군이 벌떼처럼 일어나 각 고을을 쳐부수고 한양으로 진격했다. 이 때 가산군수 정시는 포로로 잡혀 저항하다가 죽음을 당했지만 선천군수 김익순은 항복으로 목숨을 구했다. 전세가 역전되어 홍경래군이 쫓길 때 김익순은 농민군 참모장 김창시의 목을 1천량에 사서 자기의 공적으로 위장하여 무공을 자랑했다. 그러나 그의 이중인격이 탄로나 참형을 당하고 만고역적으로 고시되었다. 비열한 인물의 대표사례가 된 것이다. 조정에서는 목숨을 바쳐 충성한 정시와 비겁한 행동으로 생명을 건진 김익순을 비교하여 백일장의 시제(詩題)로 내걸었다. 여기에 응시한 사람이 김삿갓이다. 그의 본명은 김병연(金炳淵)으로 족보를 들춰보면 김익순의 손자다. 그의 어머니는 할아버지의 행적을 숨기고 오직 공부에만 전념시켰다.

아무것도 모르는 김병연은 시제 “정시 가산군수의 죽음을 논하고 하늘에 사무치는 김익순의 죄를 탄식하라”를 놓고 “한번 죽어서는 그 죄가 가벼우니 만 번 죽어 마땅하다”고 저주를 퍼부으며 김익순의 죄를 논했다. 조정에서는 그를 장원급제자로 방을 붙였다. 저주의 시를 쓴 김병연이 곧 김익순이 자신의 조부(祖父)임을 알게 되었고 조상을 욕하는 영원한 기념시가 되었음을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아무리 기군망상(欺君罔上)의 죄를 졌다고 하더라도 친할아버지를 저주한 김병연은 벼슬길을 버리고 세상을 떠돌며 삿갓으로 얼굴을 가린 채 동가식서가숙으로 방랑의 길을 걸었다. 가는 곳마다 민중의 한을 풀어주는 시원하고 통쾌한 시를 남겼다. 민중 시인이요 풍자 시인이었다. 세상의 속된 입신양명을 떨쳐버린 시인의 눈에 비친 사회는 온갖 비리와 부정의 집합체였다. 관리들은 백성의 등을 파먹고 양반들은 상민의 어려움을 이용하여 장리(長利)쌀로 제 배만 불렸다. 조선팔도 어디를 가나 가렴주구로 죽어나가는 것은 힘없는 백성뿐이었다. 민주공화국이 된 오늘날에도 관리들의 규제는 너무나 교묘하여 기업인이나 일반국민들의 하소연이 그치지 않는 걸보면 왕조시대를 착각하게 만든다. 보다 못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지시를 해도 면종복배(面從腹背)로 복지부동(伏地不動)이다. 김삿갓은 방랑객으로 밥 한 그릇 얻어먹고 시 한수를 남겨줬다. 하루는 어느 집에 들려 주인내외와 마주 앉았다. 안주인이 남편에게 파자(破字)로 인량차팔(人良且八)이요? 하고 물으니까 붕붕산산(朋朋山山)이라는 답이 나왔다. 파자를 수습해보면 식구(食具) 곧 밥상 차릴까요? 인데 남자가 붕출(朋出)이라고 했으니 손님 가신 다음에 내오라는 뜻이다. 이에 김삿갓은 견자화중(犬者禾重)이요 정구죽천(丁口竹天)이라고 답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 글자를 합해보니 저종가소(猪種可笑)로 돼지새끼야 가소롭다는 뜻이다.
이런 식의 김삿갓 시는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해학과 풍자의 총본산이다. 그를 기리는 후인들은 노래로, 영화로, 그림으로, 연구서로 김삿갓의 후련한 풍자를 못내 그리워한다. 현대시인 중에서도 가장 특출한 풍자시로 곤욕을 치른 이가 김지하다. 그는 3공 시절 장차관 국회의원 장군 고급공무원 재벌 등을 짐승을 뜻하는 한자어로 표시하며 속이 후련하게 풍자한 ‘오적’을 썼다가 감옥에 가야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리승만을 찬양하는 시 공모에서 최우수상과 입선상을 수상한 두 작품이 사실은 이승만을 교묘하게 풍자한 시라는 사실이 밝혀져 또 한 번 민심의 흐름을 알게 만들고 있다. 자유경제원이라는 단체가 경제정책을 개발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어째서 이승만을 추켜세우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그들이 뽑은 최우수 시 두 편이 모두 풍자시였다는 것은 더 이상 이승만을 욕보이지 말라는 하늘의 뜻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승만은 부정선거로 쫓겨났지만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었다. 그것으로 족함을 알아야 한다. 새삼스럽게 국부다, 건국대통령이다 하는 거론을 하면 할수록 그 분의 명예는 손상될 뿐이다. 이승만의 공적은 역사가 판단하도록 조용히 맡겨두는 것이 4.19혁명으로 죽어갔던 186명 영혼들의 말없는 외침이다. 최우수상으로 선정된 ‘약속의 땅을 위하여’라는 시는 영문으로 쓰였다. 시 문장 첫 글자만 따서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NIGAGARA HAWAII”(니가가라 하와이)다. 입선상의 ‘우남찬가’는 문장으로만 보면 기막힌 이승만 찬가다. 그러나 행간 첫 글자를 세로로 읽으면 놀랍게도 “한반도분열 친일인사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폭파 국민버린 도망자”가 된다. 글 속에 묻어둔 정확한 이승만 분석이며 이승만을 숭상하고자 하는 국론분열자들에 대한 날카로운 정문(頂門)의 일침이다. 우리는 지금 국민의 힘으로 추방된 이승만 찬양에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분열된 국론을 통일하여 경제를 살리고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이 급선무다

포토뉴스

기획이슈

더보기
모터이엔지(주), 미래 모빌리티 핵심 동력원 ‘저중량 고출력 전기모터’ 기술로 글로벌 시장 공략 본격화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충남창경센터)의 보육기업 모터이엔지 주식회사(대표 김태헌)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 동력원으로 주목받으며 관련 분야 공략에 나섰다고 밝혔다. 모터이엔지는 전기모터 설계 및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전기차, 드론, AAM(Advanced Air Mobility)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를 주요 사업 영역으로 설정했다. 특히 소형·경량화와 고출력·고효율을 동시에 구현하는 독자적인 전기모터 설계 기술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는 친환경 정책에 따라 배터리 기반 전기에너지 시스템이 확대되고 있다. 전기차를 넘어 해상 선박, 항공 드론, 개인용 이동 수단까지 전기모터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모터이엔지는 소재 응용, 열 관리, 제조 공정 등 융합 기술을 통해 중량 대비 출력이 우수한 전기모터를 특허 기술로 개발해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현재 프랑스 드론 제조사 PARROT에 양산 납품 중이며, 북미 시장 진입을 목표로 미국 드론 제조사와 공동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및 AAM용 모터는 각 분야 제조사를 주요 고객으로 설정하고 있다. 경쟁사 대비 차별점으로는 ‘저 중량 고출력’ 기술 기반의 높은 출력밀도를 꼽

포토뉴스

지역네트워크

더보기
‘역사 빈 상가’가 실내 파크골프장으로…서울교통공사·용산구 협약
서울교통공사(사장 백호)와 용산구청(구청장 박희영)은 5월 23일(금) 협약을 맺고, 지하철역 유휴 공간을 시민 친화형 여가·복지 거점으로 꾸미기로 했다.협약에 따라 올해 안에 용산구 관내 비어 있던 역사 상가는 ▲용산구 보건소 거점센터 ▲실내 스크린 파크골프장 ▲장기·바둑판 등 고령층 놀이용품 대여점으로 탈바꿈한다. 두 기관은 역별 생활권 분석을 통해 접근성 높은 지하철역에서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파크골프는 1~4명이 짧은 코스를 즐길 수 있어 고령층에 적합한 생활체육이다. 용산구는 이미 14개 파크골프 교실을 운영 중인데, 이번 협약으로 날씨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 연습장을 확보하게 됐다.이번 협력은 공사가 추진 중인 ‘육각형 상가 정책’(공공성 + 트렌드 반영 상가 활성화)에도 탄력을 준다. 공사는 광화문 책마당, 어르신 일자리공방, 이동노동자 쉼터 등 경험형 시설을 역 내에 도입해 왔으며, 앞으로도 소비 중심에서 문화·체험 중심으로 확장을 이어갈 방침이다.백호 사장은 “역 내 스크린 파크골프장이 어르신들의 건강과 친목을 돕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서울 지하철은 도심 속 여가·복지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번 협약이 시민 삶의 질